신통기획·모아타운부터 녹지생태도심까지…기존 정책 추진 동력 확보
세운 영향평가·용산공원 활용 놓고 정부와 견해차…협의는 과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서울시의 도심 고밀개발과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릴 전망이다. 시장직 상실 우려가 줄면서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을 통한 31만가구 착공과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등 오 시장이 주도해 온 사업도 추진 동력을 회복하게 됐다.
오 시장은 23일 ‘불법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한 1심 판단이 뒤집히면서 정책 변경이나 주요 의사결정 지연에 대한 우려도 줄었다. 다만 상고 여부에 따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
주택공급 분야에서는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의 사업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대상지 선정과 인허가 지원, 용적률 인센티브 등 서울시가 추진해 온 정비사업 지원책을 지속할 기반이 강화됐다는 점에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신속통합기획 2.0’을 발표하고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6.5년 단축해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사업 단계별 행정 지원을 통해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모아타운도 신규 사업지 확보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모아통합기획’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11월 2일부터 신규 후보지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2030년까지 100곳을 선정해 12만가구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후보지 선정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약 6년에서 4.5년으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도심에서는 고밀개발과 녹지 확충을 결합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고밀·복합개발을 유도하고, 개방형 녹지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종묘~퇴계로 일대를 선도사업으로 삼아 도심 녹지축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세운지구는 이 같은 도심 개발 방향을 구체화하는 핵심 사업지다. 서울시는 종묘 인근 세운4구역의 건축물 높이 기준을 지난해 10월 30일 변경 고시를 통해 상향했다. 2018년 합의안에서는 최고 높이가 71.9m였다. 올해 3월에는 서울시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을 조건부 의결하며 후속 절차를 밟았다.
오 시장의 정책 추진 동력이 회복되면서 기존 개발계획을 이어갈 가능성은 커졌지만, 실제 사업 속도를 높이려면 국가유산청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둘러싼 이견을 좁혀야 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5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종로구에 영향평가 이행을 명령하는 공문을 보냈다. 반면 오 시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운4구역이 영향평가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평가 이행 여부와 개발계획을 둘러싼 협의가 향후 사업 일정의 변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역시 정책 연속성에 대한 우려를 덜면서 기존 개발계획 추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개발 방향과 주택공급 계획 등을 놓고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만큼 서울시는 기존 개발 원칙을 바탕으로 정부의 공급 구상과 조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용산공원은 본체 부지의 주택공급 활용 여부를 놓고 양측의 견해차가 뚜렷하다. 오 시장은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원 본체 부지를 아파트로 개발하려는 정부 구상이 용산공원 특별법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공원 부지 일부라도 주택용지로 전용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며, 토양 정화에도 최소 3~4년에서 길게는 6~7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기존 정책을 이어갈 기반을 다진 가운데 개발·공급 성과를 앞당기기 위한 정부와의 협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서울시와 국토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각자도생의 길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