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고가격제, 물가 상승률 0.6%p 낮춰"
손실보전 지출·유류세 세수↓…재정 부담 따져야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 17일부터 4주간 적용되는 제11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정유사 공급 가격 기준으로 휘발유는 ℓ당 1784원, 경유는 1773원, 등유는 1380원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국내 가격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9%)이 실제보다 0.6%포인트 높은 3.5%를 기록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도 올해 3~8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월평균 0.6%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가격 안정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정부는 2026년 4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재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와 환율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보전 수요가 늘어 추가 재원이 필요할 수 있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방식이라면 유류세 인하는 세금을 낮춰 정부 세입을 줄이는 구조다. 두 정책이 기름값 상승을 억제하지만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르다.
최고가격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도 과제다. 제도를 유지하면 국제가격과 국내 공급가격의 차이에 따른 손실 보전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가격 상한을 완화하거나 종료하면 국제가격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면서 물가와 운송비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국제 유가와 환율, 국내 수급 상황, 소비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종료 기준과 단계적 정상화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원 방식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모든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추는 방식은 물가 상승 확산을 억제할 수 있지만 경유를 많이 사용하는 화물운송업과 농업 등 피해가 큰 업종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은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취약 부문의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하면 일률적인 가격 억제 대신 고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을 대상으로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대상 선정과 지원 규모를 정하는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지원에서 제외된 업종은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