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수
  • 코스피 6838.04 32.77-0.48%
  • 코스닥 855.88 6.08+0.72%
  • 달러 1,354.60 1.9-0.14%
  • 유로 1,538.55 0.35+0.02%
  • 엔화 862.42 0.85+0.1%
  • 위안 201.96 0.26-0.13%

北 '자작극'·군사보복 위협에…李 '평화공존' 구상 동력 흔들

  • 軍·유엔사, '북한 지뢰' 정전협정 위반 공식화…강경 대응 땐 대화 기조 부담

  • 정부, 단계적 조치에 무게…전문가 "우발 충돌 막을 통신선 복원 서둘러야"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울산에서 열린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에서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울산에서 열린 대호김종서함 진수식에서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의 추진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의 원인을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판단하고 유엔군사령부도 정전협정 위반을 확인한 가운데, 북한은 이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보복까지 거론하면서다.
 
정부로서는 남북 긴장 완화와 북미 대화 촉진을 위한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접경지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남북 군 통신선 두절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보다 위기관리 여건이 악화한 만큼, 평화공존 구상을 이어가려면 우발적 충돌을 막을 소통·대응체계부터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정부는 군과 유엔사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따른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들이 북한군 지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며 북한에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공식 촉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가 보도된 당일 곧바로 공식 반박에 나선 것이다.
 
앞서 김 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지뢰 폭발 사고를 “서울의 자작광대극”으로 규정하고 “총탄 한 발이라도 우리 땅에 탄착될 때에는 많은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의 DMZ 방향에 ‘전술적 반격수단’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부대와 지역을 구체화해 군사적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정치권도 이날 북한 측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작극 운운하면서 부인하는 북한 당국의 태도를 더욱 비판하고 규탄한다”며 북한의 사과와 시정, 우리 군의 대응 조치를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북한이 지뢰 침략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적반하장, 예상했던 그대로”라며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유엔사가 이날 MDL 이남에서 북한 대인지뢰를 발견하고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공식 규정하면서, 정부 대응의 근거는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실제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카드는 제한적이다. 북한에 사과나 공동조사를 요구할 직접적인 남북 연락 채널이 작동하지 않는 데다, 군사적 긴장을 급격히 높이는 조치는 정부가 유지해 온 대화 기조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군과 정치권이 잇달아 북한을 규탄한 것과 달리 청와대는 이날 별도의 대북 메시지를 추가로 내놓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부상 장병과 가족들을 위로하고 치료와 재활,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당부했다. 다만 북한의 ‘자작극’ 주장이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아, 대북정책 메시지를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실제 채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 출범 이후 중단·철거한 확성기를 다시 가동할 경우 대북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포용적·안정적·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한반도 평화의 3대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지원하고 한국이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유엔 연설 직후 확성기 재개와 같은 고강도 조치에 나설 경우, 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평화공존 구상과 충돌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엔사의 정전협정 위반 처리 절차를 통해 북한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MDL 일대 감시·경계와 장병 안전대책을 보완하는 단계적 대응에 우선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책임은 분명히 하되 추가적인 군사적 대치로 번지는 상황은 피하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직접적인 소통 채널이 끊겨 있다는 점이 정부의 위기 대응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수용 여부와 별개로 정부가 긴급 군사 통신선 재가동을 적극적으로 촉구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안보와 우발적 충돌 관리 가능성을 촘촘하고 단호하게 보완하는 정교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