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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유엔서 '평화'·멕시코선 '경제'…'실용외교' 외연 넓혔다

  • 5박 7일 순방 성과…유엔총회서 美트럼프와 30분 '극적 회담'

  • 16년 만의 멕시코 국빈 방문…공급망 넘어 AI·우주·방산 확대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5박 7일 간의 미국 뉴욕·멕시코 순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멕시코와는 경제·통상부터 인공지능(AI)·우주·방산까지 협력의 외연을 넓혔다.
 
뉴욕에서는 북·미 대화 재개와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제시하며 다자외교의 무게를 ‘평화’에 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대미투자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등 굵직한 한·미 현안을 테이블에 올렸다.
 
16년 만의 멕시코 국빈 방문에서는 교역·투자와 공급망을 넘어 미래 첨단산업과 문화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통해 정상 간 합의를 정례 협의체와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할 틀도 마련했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순방은 방문 지역에 따라 외교의 색깔이 뚜렷하게 갈렸다. 뉴욕의 키워드가 ‘평화와 다자외교’였다면 멕시코에서는 ‘경제와 실용’이 전면에 섰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다자무대에서 글로벌 책임강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 기반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성 수석은 유엔총회 계기 미국 방문에 대해 “세계 최대의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 정상이 2년 연속 참석해 국익 증진을 위한 종합외교의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며 “글로벌 책임강국의 위상을 제고했고 한·미 정상회담과 한·호주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우리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국제적 지지의 기반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장기간 중단된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감축한 뒤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법도 제시했다. 한국은 북·미 대화를 뒷받침하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뉴욕 일정의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였다.
 
당초 확정된 일정은 아니었지만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협상이 진전되면서 양 정상 간 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두 정상은 약 30분 동안 대미투자를 비롯해 조선 협력과 원자력 협정, 핵추진잠수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양국의 경제·안보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이 가운데 전작권 전환 문제는 현 정부 들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정상 차원으로 처음 본격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듣고 후속 협의를 주문하면서 실무 논의로 이어질 여지를 확보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핵추진잠수함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재래식 억지력 차원에서 필요성을 설명했다.
 
경제외교도 뉴욕 일정의 한 축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투자서밋 2026’에서 월가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과 자본시장 개혁 방향을 설명하며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한화가 투자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미국 전략함정 건조가 추진될 것이라고 소개하며 한·미 조선협력을 양국 산업협력의 대표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6년 만의 멕시코 국빈 방문에서 경제·통상 현안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하고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실질적인 경제·산업 협력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양국은 7년간 이어진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의 쟁점을 타결했고, 양국 수출입은행 간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산업·자원과 세관, 교육, 문화뿐 아니라 AI·디지털, 항공우주, 국방·방산 등으로 협력의 지평도 넓혔다.
 
일회성 정상외교에 그치지 않도록 이행 장치도 마련했다. 양국 외교부 간 차관급 고위 정책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2015년 이후 중단된 경제·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를 2027년 한국에서 재개해 이후 매년 열기로 했다.
 
멕시코 경제외교의 핵심 과제는 무역협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교역·투자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무역협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멕시코의 제조 기반과 북·미시장 접근성에 한국의 첨단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북·미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공동 진출하자는 구상이다.
 
정부는 멕시코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우선 무역·투자·산업·공급망 등을 포괄하는 경제협력의 공동이익을 연구한 뒤 협상의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USMCA의 원산지 규정과 관세 변화가 한국 기업의 멕시코 생산기지 활용과 북·미시장 진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제계도 정부의 정상외교에 발맞췄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멕시코의 국가 예방접종과 백신 품질관리 역량 강화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장과 자율주행 분야의 투자 확대 구상을 내놨다.
 
문화 분야는 경제외교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
 
멕시코 K-박람회에는 한국 기업과 기관 120곳이 참여했다. 박람회에서는 하루 동안 34건, 125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체결되는 등 K-뷰티·K-푸드·K-콘텐츠의 중남미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성 수석은 멕시코 국빈 방문에 대해서는 “중남미 정치·경제·외교 핵심 국가인 멕시코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