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190여개국 의지 5개국에 좌우"…룰라도 안보리 대응 실패 비판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안보리의 대표성과 거부권 문제를 잇달아 제기했다.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만 거부권을 갖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안보리의 주요 결정이 무산될 수 있다.
인도와 브라질, 튀르키예, 나이지리아 등 세계 경제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국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만들어진 현재의 권력 구조가 국제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190개가 넘는 국가의 의지가 5개국의 뜻에 좌우되는 체제는 공정하지도, 완전한 신뢰를 구축할 수도 없다"며 안보리 개혁을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폐지도 주장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 실패에 발이 묶여 있다"고 비판했다.
잇따른 전쟁과 군사행동도 안보리 개혁론에 힘을 싣고 있다. WSJ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올해 미국의 이란 공습과 베네수엘라 군사작전까지 이어지면서 유엔 헌장과 기존 국제질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현행 국제기구 체제가 과거의 권력 구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늘날 세계에서 국가와 경제의 상대적인 위상이 계속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며 특히 아프리카 국가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을 더 이상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개혁 문제는 올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 과정과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가운데 코스타리카 부통령을 지낸 레베카 그린스판이 최근 안보리 비공개 예비투표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사무총장 후보 역시 결국 P5 가운데 어느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선출될 수 없다.
다만 상임이사국들이 기존 권한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확대하는 개혁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기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보리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소수 강대국에 영향력이 집중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소수 강대국에 힘이 집중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만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믿게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주도권이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