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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100일의 외교전 ③] 트럼프·김정은 다시 만나나…미중정상회담에 쏠리는 시선

  • 시진핑, 북미 대화의 중재자로 나서나

  • 선전 or 평양?…북미 대화 장소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30일 우리나라 부산에서 대면했다 사진신화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30일 우리나라 부산에서 대면했다. [사진=신화·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네 번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까. 오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이 그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중국이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일 중국이 미국과 북한의 외교를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모든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다만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 정보·외교 전문매체 인텔리전스온라인은 지난 15일 중국공산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4개 도시를 대상으로 복수의 개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내 도시도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오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이 워싱턴과 평양을 연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유일한 북·미 중재자 

중국으로서는 북·미 대화 재개가 나쁜 선택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시작하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중국이 강조해온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명분에도 부합한다. 동시에 중국은 북·미 관계 개선 과정에서 자신이 빠진 채 미국과 북한이 독자적으로 거래하는 상황을 막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다시 확대할 수 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강화된 상황에서 중국이 북·미 외교의 중개자로 나서는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8~9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당시 양국이 전략적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고 각자의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발표에서 6월 북·중 정상회담의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북·중 관계의 전략적 강화에 맞춰졌다. 신화통신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 섰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오는 2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요구사항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 대화할 의향과 조건을 확인한 뒤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조치와 원하는 협상 결과를 파악해 북한에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양측의 입장 전달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양측의 요구 수준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선전 개최를 선호하지만 

회담 장소 역시 중국의 역할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광둥성 선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 여부는 아직 공식 확정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1일 트럼프·시진핑·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자 회동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선전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중국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중국이 회담 장소와 외교적 환경을 제공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전의 다자 무대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정치적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선전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28∼2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이후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서 그런 만남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이 발표되지 않더라도 양국 정상이 북한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면 그것 자체가 후속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별도의 의제로 부각된다면 그 순간부터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외교전의 무대는 워싱턴과 평양을 넘어 베이징으로 확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