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보복관세에 맞대응…관세법 338조 첫 적용
美, 일부 품목 50% 관세 조정…자동차·철강 관세 인상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유제품과 주류, 오토바이의 수입을 금지하고 연방정부 조달 시장에서도 캐나다산 제품을 제외하기로 했다.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가 발효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2배로 보복에 나선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산 유제품과 주류, 오토바이 일부의 미국 수입을 오는 29일 오전 0시1분부터 금지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캐나다가 이날 오전 0시부터 276억 캐나다달러(약 20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대한 보복이다. 캐나다 또한 미국이 지난달 22일부터 약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넘어 특정 캐나다산 제품의 수입 자체를 금지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포고문과 부속서에 따르면 유청 단백질 농축물과 가공 유청, 당밀, 무알코올 맥주 등 유제품 관련 14개 품목이 수입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주류 가운데서는 맥아로 제조된 맥주와 스파클링 와인, 와인 등 14개 품목의 수입이 금지된다. 실린더 용적이 800㏄를 초과하는 왕복식 내연 피스톤 엔진이 장착된 오토바이 등도 대상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캐나다산 제품에 적용하던 50% 관세 대상도 일부 조정했다. WSJ에 따르면 시멘트와 제설용 소금, 일부 병원용 제품에 대한 관세는 철회하는 대신 일부 전지형차량(ATV)과 보트, 치즈 등에 새로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관세 조정은 오는 15일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수입 금지와 관세 조정의 근거로 1930년 관세법 338조를 들었다. 이 조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판단되는 국가의 제품에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전체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WSJ에 수입 금지 대상이 되는 교역 규모가 수십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존 관세 조정에도 관세가 적용되는 캐나다산 제품 규모는 약 200억달러로 변하지 않는다. 다만 수입 금지 대상에 포함된 캐나다 기업과 관련 산업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조달 시장에서도 캐나다산 제품을 배제하기로 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방총무청(GSA)에 미 무역대표부(USTR)와 협력해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Multiple Award Schedule)에서 캐나다산 제품을 제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MAS는 여러 정부기관이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들과 사전에 가격 등 계약 조건을 정해 놓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연방정부 조달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MAS를 통한 조달 규모가 연간 500억달러를 넘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가운데 캐나다산 제품이 차지하는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백악관 전화 브리핑에서 "오늘 취해진 주요 조치는 수입 금지와 기존 관세 수정, 캐나다 기업의 미국 정부 조달 참여 제한"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다시 구축하고 미국의 생산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에 보복한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예고한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 철강에 대한 내년 1월 1일 50% 관세 인상 방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 간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당국자는 최근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대미무역 담당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며 "캐나다도 대안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WSJ도 트럼프 행정부와 캐나다 당국이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며칠 안에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