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원 오만 항로 이용 선박에도 공격 경고…새 통제구역 설정 예고
전문가 "이란, 전면전보다 '제한적 확전'으로 美 협상 복귀 압박"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제재로 압박을 받는 이란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공개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 강화에 나서며 대미 군사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해상 봉쇄에 이어 동맹 및 우방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촉구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역시 무력 시위를 통해 맞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사거리와 정확도를 높인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가셈 바시르'를 공개한 동시에,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새로운 군사 교리를 강조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새로운 미사일 역량을 미 군함을 상대로 시험했다고 주장하면서 "전쟁과 협상, 봉쇄 대응에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매체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고 있는 해협 남쪽 오만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상선들에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하라고 요구했다. 레자이 사무총장도 전날 미국의 봉쇄선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일부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통제구역'을 설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이란의 강경 행보는 미국이 협상을 사실상 중단하고 제재와 군사 공격, 해상 봉쇄를 통한 압박에 집중하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종잇조각만큼의 가치도 없다"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이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 등 주요 동맹 및 우방국들에게도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을 촉구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상선 통항 지원 작전과 관련해 "다른 국가들도 와서 이 노력에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CNN은 이란이 군사적 긴장을 단계적으로 높여 미국이 현 상황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키운 뒤 협상 재개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미드레자 아지지 국제위기그룹(ICG) 선임 이란 분석가는 "이란은 미국이 자국의 군사·경제적 지렛대를 조금씩 약화시키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전면전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지지 연구원은 상선과 미군기지, 해군 자산, 역내 에너지 인프라 등에 대한 공격 수위를 조절하는 '제한적 확전'을 통해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란,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체계 마련
한편 이란은 군사적 대응과 별개로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통항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5일 페르시아만을 드나드는 선박을 위한 임시 해상 통항로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도 오만과 협의 중인 '임시 안전 항로'가 조만간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만 역시 협상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임시 통항로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재개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미국의 이슬라마바드 MOU 위반에 대한 배상과 해상 봉쇄 해제, 이란 주변 미군 철수, 대이란 제재 해제, 동결자산 반환 등을 해협 개방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란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미국 역시 봉쇄와 공격을 지속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예상보다 확대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아지지 연구원은 "양측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시험하기 시작하면 오판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며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미국의 대응이 이란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제한적 확전이 빠르게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