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그섬 겨냥한 美, 이란 원유 수출망 정조준
호르무즈 통제력 흔들려 "시간 이란편 아냐"
봉쇄전서 밀리자…협상력 높이려 '확전'하나
미국과 이란이 5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과 이란 인근 해역에서 상대방의 유조선과 함정을 직접 겨냥해 공격하며 보복 공방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망을 정조준하면서 이란의 경제적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의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지나던 유조선 3척과 다른 해역의 미국 관련 선박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앞서 미국 해군 함정 2척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군이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한 데 따른 맞대응으로 이뤄졌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앞서 이란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회피한 미군이 하르그섬 연안의 이란 원유 운반선과 자스크 인근 선박을 운항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브래드 쿠퍼 미국 중부사령관은 성명에서 "우리 함정 2척을 공격한다면 그보다 더 큰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들의 선박 3척을 제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IRGC도 "승인받지 않은 수로를 통과하려는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자제하라"며 선박 공격을 경고했다.
특히 미국의 공격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인근에서 이뤄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하르그섬에 대한 추가 공격이 이뤄질 경우 이미 미국의 봉쇄로 타격을 입은 이란 석유산업과 경제에 추가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이란 당국은 하르그섬이 공격받을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봉쇄전이 장기화할수록 이란의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각) 이란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상대방보다 오래 버티려 하고 있지만, 최근 흐름은 이란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의 봉쇄로 7월 이후 페르시아만에서 사실상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도 걸프 아랍국들이 상당량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상 정보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에 따르면 최근 28일간 하루 평균 약 50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지만 이란산 원유는 거의 없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항 등 오만만의 석유항을 통해서도 하루 약 250만 배럴이 수출됐다. 사미르 마다니 탱커트래커스닷컴 공동 창업자는 WSJ에 "이란의 봉쇄가 미국의 봉쇄보다 더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봉쇄로 이란산 원유 수출만 집중적으로 막히면서 이란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미국 역시 전쟁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지만 "시간이 이란의 편만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란의 경제적 압박이 커질수록 협상에 나설 가능성과 함께, 오히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대 중동학 교수는 WSJ에 "한 가지 선택지는 굴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훨씬 더 큰 규모로 확전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적 압박을 더 가하면 결국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 양보해야 하더라도 그 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란의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