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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항만공사 통합에 노조 반발…"지역 자율성·전문성 훼손"

  • 항만별 역할·산업기반 달라 연계 강화 안 돼

  • 비용절감효과 의문…당초 제도 취지 약화

사진은 지난 6월 해양수산부 신청사 앞에서 4개 항만공사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피켓시위를 진행한 모습 사진인천항만공사노동조합
사진은 지난 6월 해양수산부 신청사 앞에서 4개 항만공사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피켓시위를 진행한 모습. [사진=인천항만공사노동조합]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정부 방안에 항만공사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항만별 기능과 배후산업이 다른 만큼 통합이 오히려 의사결정을 늦추고 지역 항만의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통합 철회를 요구했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노동조합은 3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발표한 4개 항만공사 통합 방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국무총리 주재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4개 항만공사의 통합 계획을 제시했다.

노조는 정부가 통합 필요성으로 제시한 항만 간 연계 강화와 글로벌 항만물류 변화 대응, 수요자 중심 서비스 강화, 공통기능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의 논리가 물리적 통합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만별 역할과 산업 기반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와 환적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허브항만이고, 인천항은 수도권 물류와 대중국 교역을 담당하고 있다. 울산항은 에너지·액체화물 중심이며 여수·광양항은 석유화학과 제철산업을 배후에 두고 있다.

노조는 이처럼 항만마다 취급 화물과 고객, 선사·물류기업, 배후경제권 등이 다른 상황에서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한다고 해서 항만 간 연계가 자동으로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항만별 투자 우선순위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요자 중심 서비스 강화라는 정부의 통합 논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항만의 주요 수요자인 선사와 화주, 터미널 운영사, 항만물류기업 등이 각 지역 항만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항만공사들은 현장에서 선사와 화주, 물류기업 등의 요구를 반영해 투자와 인센티브, 항로 유치, 배후단지 정책 등을 결정하고 있지만, 통합 이후에는 주요 의사결정이 중앙 조직을 거쳐야 해 지역의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4개 항만공사에 공통업무가 있다면 공동구매나 시스템 연계, 업무 공동화 등을 통해 효율화할 수 있는데, 공통기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노조는 과거에도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011년 해양수산부의 '항만공사 운영개선 검토용역'에서는 물리적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통합법인의 대형화와 의사결정 구조 복잡화에 따른 업무 효율 저하와 항만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려면 중복기능의 구체적인 내용과 현재 발생하는 비용, 통합 이후 예상되는 절감액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직과 인사·보수체계 개편, 정보시스템 통합 등에 필요한 전환 비용까지 포함한 비용·편익 분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항만공사 제도가 지역별 항만의 특성에 맞는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할 경우 중앙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구조가 강화돼 당초 제도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통합 사례로 제시하는 코레일과 SRT 통합과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과 SRT는 동일한 철도망에서 고속철도 여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반면 4개 항만공사는 서로 다른 지역과 산업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정부에 통합 방안의 즉각적인 철회와 함께 객관적인 근거 공개, 사회적 논의를 요구했다. 통합이 강행될 경우 상급단체와 항만·물류업계, 지역사회 등과 연대해 대응하고 국회의 관련 법 개정 과정에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