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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과 조건 없는 대화"…韓 '페이스메이커' 역할 시험대

  • 국정원 "구체적 접촉 없지만 정상회담 언제든 가능"

  • 비핵화·제재 완화 간극 커…"韓정부 입장 반영해야"

2018년 북미정상회담에서 공동합의문에 서명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018년 북미정상회담에서 공동합의문에 서명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경우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도 힘이 실릴 수 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이해가 배제되지 않도록 한미 간 사전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는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는 언론사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회동하며 한반도 안정에 기여했다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북미 간 구체적인 접촉 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지만 대화 징후는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연내 회담 가능성을 거듭 시사한 데 이어 백악관이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실무 차원에서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확인되고 있다.
 
켈리 맥키그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국장은 최근 백악관으로부터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문의 받았다고 밝혔다.

회담 장소로 평양이 선택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한미연구소 화상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판문점을 방문한 데 이어 평양 방문이라는 상징적인 장면을 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실질적인 합의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핵군축 협상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도 최근 미국의 대북 적대 시 정책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핵 무력 강화를 공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범위, 한미 연합훈련 조정 등 중요 의제에서  '코리아 패싱'을 막기 위한 사전 조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는 것은 회담을 지켜보며 결과를 기다린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북미가 논의할 의제와 예상되는 합의 수준을 사전에 분석해 우리 나름의 최저선과 최상의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이를 미국에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동결하는 수준에서 합의하면 한반도를 겨냥한 전술핵 위협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며 "미국과 한국이 생각하는 위협 감소의 최저선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 협의를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