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수
  • 코스피 6837.65 17.63+0.26%
  • 코스닥 823.36 10.93-1.31%
  • 달러 1,371.30 2.7+0.2%
  • 유로 1,591.81 2.66+0.17%
  • 엔화 857.63 0.59+0.07%
  • 위안 204.05 0.41+0.2%

2015년 지진 트라우마에 구조 거절한 네팔, 외교 압박에 열렸다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대원들이 지난달 29일 네팔 카트만두 국내선공항 헬기 이착륙장에서 헬기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와 유실 지역 인근 산악지대를 돌며 연락이 끊긴 우리 국민 9명을 수색했다 외교부 제공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대원들이 지난달 29일 네팔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 헬기 이착륙장에서 헬기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와 유실 지역, 인근 산악지대를 돌며 연락이 끊긴 우리 국민 9명을 수색했다. 외교부 제공

외국 구조대를 받지 않겠다던 네팔이 이번에는 먼저 우리 측에 도움을 청했다. 외교부는 1일 네팔 정부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44명을 파견한다며 "네팔 정부가 우리 측에 피해 지역 수색·구조 활동 지원을 위한 긴급구호대 파견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대홍수가 덮친 지 엿새 만이다.

네팔은 사고 직후만 해도 각국이 내놓은 구조대 파견 제의를 잇따라 거절했다. 록 바하두르 체트리 네팔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과 인도, 중국, 미국, 영국, 일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가 파견 의사를 전한 상태였던 지난달 28일 각국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네팔 보안 기관들이 수색·구조를 맡고 있어 지금은 그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네팔이 이렇게 나온 것은 2015년 지진 때의 경험 때문이다. 규모 7.8 지진으로 9000명 가까이 숨졌던 당시 34개국에서 구조대원 4050명이 한꺼번에 들어왔지만 공항과 도로, 행정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지진 열흘쯤 뒤 미넨드라 리잘 당시 공보장관은 카트만두 일대 주요 구조 작업이 끝났다며 각국 구조대에 돌아가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네팔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주 카트만두포스트에 외국 구조대가 몰려들고 국가 간 경쟁까지 겹치면서 조율과 관리에 상당한 문제가 생겼다며, 이번 결정에 그때 경험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침은 실종자를 둔 나라들의 외교적 압박이 이어지면서 흔들렸고, 네팔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가재난관리센터 평가를 거쳐 부처 간 조정위원회를 통해 인도와 중국, 호주, 한국 네 나라의 전문 인력 투입을 승인했다. 터널 구조와 DNA 감식, 법의학이 대상이었다.

이튿날인 29일에는 세 나라 팀이 실제로 현장에 들어갔다. 중국 인민해방군 터널 구조 전문가 4명이 헬기로 케룽 국경을 넘어 발전소 부지에 곧바로 내렸고, 전날 카트만두에 도착한 인도 국가재난대응군 11명은 칠리메와 랑탕으로 이동했다. 우리 신속대응팀이 관련국 가운데 유일하게 헬기 운항 허가를 받은 것도 같은 날이었다.

그렇다고 네팔이 모든 요청을 받아준 것은 아니어서, 인도가 29일에 더 큰 규모의 수색·구조팀을 보내겠다고 하자 이를 거절했다.

정부 안에서도 설명은 엇갈린다. 스와르님 와글레 네팔 재무장관은 지난주 네팔이 외국의 도움을 거절했다는 국내외 보도를 부인하며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8월 29일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대원들이 헬기에서 네팔 라수와 지역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 신속대응팀은 8월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타격을 받은 유실 지역 상공을 돌며 실종자를 수색했다 외교부 제공
8월 29일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대원들이 헬기에서 네팔 라수와 지역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 신속대응팀은 8월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타격을 받은 유실 지역 상공을 돌며 실종자를 수색했다. 외교부 제공

반면 네팔 민간발전업계 관계자 가우탐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업계가 정부를 압박해야 했다며 지난주 후반 중국과 인도, 호주 구조팀이 승인되기는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자금과 물자 지원은 처음부터 막지 않았다. 네팔은 총리 구호기금이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 각국의 지원을 받아왔고, 우리 정부가 지난달 27일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를 통해 발표한 100만달러 규모 인도적 지원도 이 경로를 거쳤다. 걸러낸 것은 사람이었다.

이번 홍수는 랑탕 리룽 봉우리 인근 해발 5200m 빙하 일부가 1200m 아래로 무너져 내리며 시작됐다. 암석과 잔해를 끌어모은 덩어리가 렌데강을 덮쳤고, 행성과학연구소의 제프리 카겔 선임연구원은 이 물살이 초반 22km 구간을 시속 193km로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하류의 트리슐리강은 30분 만에 수위가 9m 높아졌다.

네팔 재난당국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집계한 사망자는 최소 903명, 실종자는 4247명이며, 티베트 쪽에서도 16명이 숨지고 546명이 실종돼 23개국 국민 261명이 연락 두절 상태다.

라수와와 누와코트의 수력발전소 터널 9곳이 막히면서 네팔과 한국, 중국 노동자 933명이 갇혔고 이 가운데 300명가량이 구조됐다. 연락이 끊긴 우리 국민 9명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으로, 라수와의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26일 오전 홍수를 만났다.

이규호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이 구호대장을 맡은 KDRT 44명은 이날 밤 우리 군 수송기 편으로 출국해 약 10일간 현지에 머물 예정이다. 중국 터널 전문 구조팀이 지난달 31일 UT-1 터널 안쪽 300m 지점까지 들어가 시신 1구를 수습했으나 국적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외교부는 주네팔대사관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