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계획은 착공조차 불투명…'집값 폭락' 언급으로 시장에 공포 주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4개월 연속 100% 상회…"경매 증가는 공급 부족 신호"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주택가격 폭락 가능성' 발언을 두고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잘못됐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주택 공급 일정과 실행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조기 대량 공급'과 '집값 폭락'을 동시에 언급한 것은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대통령의 부동산 현실 인식, 어안이 벙벙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어제 대통령께서는 SNS를 통해 '조기 대량 공급과 투기 수요 억제, 고금리에 따른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 등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정부가 대량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기 공급과 투기 수요 억제로 집값 상승세를 차단하되 가격이 급락하면 공공이 주택을 매입해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주택가격 폭락을 예견하는 것부터 황당하지만, 그 근거로 내세운 '조기 대량 공급', '투기 수요 억제',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은 대통령께서 여전히 부동산 시장과 민생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 목표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급 목표만 요란할 뿐 구체적인 일정과 실행계획조차 보이지 않는 정부의 공급 발표를 '조기 대량 공급'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대단히 큰 착각"이라며 "대통령 임기 내 착공조차 불투명한 계획들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도, 국민에게 공급의 확신을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폭락은 커녕 정부가 과연 실제로 주택을 공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지부터 의심하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공급은 정부가 발표한 목표 물량보다 인허가와 착공, 준공 및 입주 시점이 중요하다. 특히 서울은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워 재개발·재건축 등 기존 도심 정비사업이 핵심 공급 수단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정부가 서울의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보다 세금과 대출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수요만 누를 경우 거래량은 감소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최근 강남권 일부 주택 매물의 호가가 낮아진 현상을 정부 정책의 성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혹시 대통령께서는 최근 강남권 일부 매물이 가격을 낮춰 나온 현상을 '투기 수요 억제'의 성과로 보고 계신 것이냐"며 "징벌적 세금과 장특공 축소 시행을 앞두고 초고가 주택 일부가 일시적으로 호가를 낮춘 것을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으로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며 '가격 키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정책 성과로 평가하신다면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고가 주택의 호가 하락이 서울 전체의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제 개편을 앞두고 특정 매물이 시장에 나오거나 매도 희망가격이 조정될 수 있지만, 강남권과 정비사업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가격 상승 기대가 서울 외곽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매시장 지표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대출 연체로 경매 물건이 늘고 있다며 이를 마치 주택가격 하락의 전조처럼 말씀하셨다"며 "그러나 경매 물건이 늘어난다고 집값이 자동으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의 흐름을 판단하려면 낙찰률만 볼 것이 아니라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격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의 '2026년 7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0%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0.7%포인트 낮아졌지만 4개월 연속 100%를 웃돌았다. 낙찰가율은 법원이 산정한 감정가격과 실제 낙찰가격의 비율이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평균적으로 감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오 시장은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0%로 4개월 연속 100%를 웃돌았다"며 "경매 물건이 늘어났는데도 서울에서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보라고 하신 경매 지표는 집값 하락의 조짐이 아니라 서울의 두터운 대기 수요와 심각한 공급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낙찰가율만으로 서울 주택시장 전체의 가격 흐름을 단정하기도 어렵다. 감정가격은 실제 경매 시점보다 앞서 산정돼 현재 시세와 차이가 날 수 있고,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격차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85.4%로 하락해 서울과 지방의 시장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시장은 대출 연체와 경매 증가를 집값 하락 가능성과 연결하는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경매에 나온 집의 소유자가 모두 무리하게 대출받아 주택을 사들인 투기꾼은 아니다"며 "그중에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도 있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뿐인 집을 담보로 제공했다가 생업과 삶의 터전마저 잃을 위기에 놓인 평범한 국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경매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집값 폭락의 신호인 양 반길 것이 아니라, 경매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 고통 앞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셔야 한다"고 했다.
경매 물건의 증가는 시장 가격의 선행지표인 동시에 가계와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투기 목적의 과도한 차입과 생계형·사업형 채무를 구분하지 않고 경매 증가를 집값 안정의 징후로만 해석하면 민생의 고통을 정책 효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의 집값 폭락 발언이 주택시장에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의 비현실적인 발언 뒤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장 내놓을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없으니 대통령이 직접 '집값 폭락'을 거론해 시장에 공포를 불어넣고, 주택 보유자들을 쥐어짜서라도 매물을 내놓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집값 상승 기대를 낮추고 투기적 매수세를 차단하기 위한 구두 개입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앞으로 공급을 크게 늘리고 투기 수요를 억제할 것이므로 무리하게 주택을 매입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러나 실제 공급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 하락 가능성만 강조하면 매매시장이 얼어붙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보유자의 매도를 압박하더라도 무주택자가 원하는 지역에 적정한 가격의 주택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오 시장은 "부동산은 국민에게 엄포를 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투기 타파'라는 구호만 반복한다고 시장이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요와 공급, 금리와 금융, 매매와 임대차가 복잡하게 얽힌 시장을 정확한 데이터와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다뤄야 한다"며 "더 이상 임시방편과 공포를 앞세워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국민이 원하는 곳에 실질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하라"며 "지난 1년간 국민들도 대통령도 이미 충분히 겪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이번 비판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세금·금융 규제 중심의 수요 억제 정책과 서울시가 강조하는 재개발·재건축 중심의 공급 확대 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측의 논쟁은 '집값을 어떻게 누를 것인가'를 넘어 '서울 주택 부족을 무엇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맞닿아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을 실제 착공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는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을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 지가 향후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