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2090억불 수익 기대"
美 "650억 배럴 통제권 확보" 고유가 타개할까
美 주도 석유 개방에 "새 식민주의" 반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와 대규모 석유 거래 협정을 맺으면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합의가 제재로 타격을 입은 석유산업을 회복하고 경제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미국 식민주의의 새로운 형태'라는 우려도 나왔다.
베네수엘라 "경제 회복 계기"
美 "650억 배럴 통제권 확보"
美 "650억 배럴 통제권 확보"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한 심야 연설에서 미국과 체결한 에너지 협정이 25년간 유효하며, 원유 생산량을 하루 150만 배럴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베네수엘라 경제 회복과 정부 수입 증대에 도움이 될 '역사적'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배럴당 65달러의 기준 유가를 적용하면 이번 협정으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약 2090억 달러(약 288조5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협정에 따라 생산·판매되는 원유 1배럴당 약 19달러가 베네수엘라에 직접 유입돼 정부 재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천연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주권'을 유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의 자본과 기술, 운영 전문지식을 활용해 제재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석유산업 등 전략산업의 회복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8일 베네수엘라의 석유 개발에 미국이 직접 참여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계약'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민간 사업자와 협력해 매장된 석유를 맡아 관리할 새 민간 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신설 민간 기업에는 100년간의 유전 개발 권리를 부여하고, 미국은 소유 지분과 원유의 원가 매입권 등을 합쳐 신설회사 전체 생산분의 55%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대상 유전의 잠재 매장량은 65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제2의 민간 석유회사인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나벱·NABEP)'를 가족 소유로 두고 있는 알레한드로 베타누르트 로페스와 협력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보도했다.
美 주도 개방에 "새 식민주의" 반발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계획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으로 휘발유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원유를 새로운 공급원으로 확보해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도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장기간의 투자 부족과 제재로 현지 석유 생산 인프라가 크게 노후화돼 이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실질적인 생산량 증가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내 법적 장애물도 변수다. 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헌법은 석유 등 천연자원이 국가에 귀속되며 다른 소유주에게 양도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실제 투자와 사업 시행 과정에서 법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1970년대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이후 국가 통제를 강화해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미국은 이후 로드리게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베네수엘라의 석유·광산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번 에너지 협정을 둘러싸고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반발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미국의 석유산업 장악을 둘러싸고 '미국 식민주의의 새로운 형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 PDVSA(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관리자 다리오 나바는 NYT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석유산업을 관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권은 상실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충성파이자 현재 망명 중인 라파엘 라미레스 전 PDVSA 사장도 엑스(X)에 "로드리게스가 새로운 형태의 미국 식민주의의 문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