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항 일부 재개됐지만 선박 공격 재발에 IMO 대피 절차 중단
대체 인력·보험·비자 문제 겹치며 선원 교대도 차질
이란 통항 조건 변수에 해협 정상화까지 시간 걸릴 듯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국제해사기구(IMO)를 인용해 전쟁 기간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였던 비역내 선원이 한때 약 1만1000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IMO는 단기 대피 계획을 통해 선박 136척과 선원 약 2900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호르무즈를 통과하던 선박이 다시 공격받자 대피 절차를 중단했다. 현재도 약 8000명의 선원이 걸프 해역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원들이 곧바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다. 휴전 이후 해협을 지나는 선박은 늘었지만, 통항량은 전쟁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이란은 미국과의 평화 논의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선박마다 화물 가치와 보험 가입 여부, 선주의 위험 부담 의지가 달라 안전 통과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체 인력 부족도 걸림돌이다. 전쟁이 넉 달 넘게 이어지면서 다수 선원은 계약 종료 시점에 도달했지만, 위험 해역으로 들어가려는 새 선원은 찾기 어렵다. 필리핀 등 주요 선원 송출국이 한때 페르시아만 파견을 제한했고, 이라크와 쿠웨이트 등 일부 걸프 국가는 안보 상황 악화를 이유로 단기간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선박 이동 자체에도 시간이 걸린다. 장기간 정박한 선박은 선체와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연료 보급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선원들은 통항 중 이란 측 제지를 받을 경우 대응 절차도 훈련해야 한다.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이 이어지면서 일부 선원은 육안으로 주변 선박과 지형을 확인해야 했다.
선원들은 수개월째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다. 원유 운반선 선장 아비짓 초프라는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120일 넘게 선원 21명과 함께 페르시아만에 머물렀다. 그는 “휴전 소식을 들었지만 주변 선박들이 곧바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봤다”며 “조심스럽게 낙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유조선 공격 소식이 다시 전해지면서 당분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쟁은 선원들에게 직접적인 생명 위협으로도 다가왔다. 지난 3월 유조선 ‘세이프시 비슈누’가 무인 선박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고 선원 1명이 숨졌다.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에 정박 중이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선원들은 이란 미사일 공격 직전 항구를 빠져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제 해운의 취약한 구조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상품의 80% 이상은 해상 운송에 의존하지만, 선원 상당수는 필리핀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선박 소유와 등록, 운항 구조가 복잡하게 분산돼 있어 위기 상황에서 선원 권리 보호와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휴전 합의는 호르무즈 통항 재개의 첫걸음이 됐지만, 선원들에게는 아직 귀항을 보장하는 신호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안전 보장과 선원 교대, 보험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페르시아만에 갇힌 선원들의 대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