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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린 엔화…韓 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 수출 타격 과거보다 제한적

  • 日자동차 가격경쟁력 상승에도

  • 韓자동차·부품 수출액 더 늘어

  •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엔 호재

  • 에너지 수입 물가는 하락 어려워

 

엔화 가치가 역대급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에는 엔저가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됐지만, 최근에는 산업 구조 변화와 글로벌 생산 확대로 그 영향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산 부품·소재 조달 부담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일본 여행 증가에 따른 소비 유출 등 부담도 커지고 있다.

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기준 162엔을 웃돌며 전일 대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전날 162엔을 돌파한 엔·달러 환율은 플라자합의 직후인 1986년 이후 약 39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8~163엔 수준에서 움직였다. 엔화 가치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이번 엔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엔저 국면에서는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 업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생산기지 해외 이전, 반도체 중심의 수출 구조 변화 등으로 엔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저의 직격탄을 맞았던 자동차는 이제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ITC 트레이드맵에 따르면 일본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은 2015년 453억7995만 달러에서 2025년 454억2120만 달러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241억2090만 달러에서 377억6918만 달러로 56.6% 증가했다. 엔저에 따른 일본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의 우위에도 한국 자동차의 제품 경쟁력이 꾸준히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포트폴리오도 크게 달라졌다. 한국의 대미 기계류 수출은 2015년 122억3007만 달러에서 2025년 270억3622만 달러로 두 배 이상(121.1%) 늘어나며 전기·전자제품을 제치고 대미 수출 2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전기기기·전자제품 및 부품 수출도 같은 기간 73.5% 증가하는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기반이 확대됐다.

과거에는 엔화만 크게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졌지만, 최근에는 원화도 함께 절하되면서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 변화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 여기에 한·일 수출경합도 하락까지 겹치면서 엔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엔저는 국내 기업의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일본은 여전히 전기기기, 기계류, 정밀기기 등 국내 제조업에 필요한 핵심 중간재 공급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일본산 전기기기 및 부품 수입은 113억266만 달러, 기계류는 97억698만 달러로 전체 수입 품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달러 기준으로 일본산 부품과 장비를 보다 낮은 비용에 조달할 수 있어 제조업계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수입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은 일본이 아닌 다른 국가 의존도가 높아 엔저만으로 국내 물가가 크게 낮아지기는 어렵다. 소비 측면에서 엔저는 한국인의 일본 방문, 일본 제품 직구 등도 가속화 할 수 있다. 특히 고환율 환경에서도 엔화 약세가 해외여행 부담을 일부 상쇄하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엔저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인공지능(AI) 투자 열기로 인한 미국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또 일본의 무역적자와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는 엔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는 엔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 수석 외환전략가는 "엔화가 복합적 요인으로 매도되고 있으며, 정부와 일본은행이 개입에 나선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시바타 히데키 도카이도쿄 인텔리전스랩 수석 전략가는 "162엔 부근에는 일정 규모의 달러 매도 주문이 있지만 이 수준을 명확히 돌파하면 손절매 물량까지 겹쳐 엔화 매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다음 목표는 165엔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