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폐업 비용 1286만원, 빚으로 연명
정부 지원제도 1위는 '희망리턴패키지'
수익성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슈로 자영업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는 골목상권 사장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막대한 부채를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지만, 폐업 비용이 없어 삶의 질이 붕괴된 소상공인들은 폐업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3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제조·도매·소매·숙박·음식·서비스업 등 서민 경제와 밀접한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 사업자 수는 2023년 75만6000개, 2024년 78만4000개, 2025년 75만1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75만곳 이상의 골목상권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이 기간 폐업률도 매년 11%(2023년 11.64%, 2024년 11.74%, 2025년 11.08%)를 웃돈다.
폐업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들은 가게를 접으려 해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점포 철거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한다. 평균 폐업 비용은 1286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점포정리엔 559만원, 원재료비에는 221만원, 종업원 퇴직금엔 205만원 등을 썼다. 여기에 코로나19 시기부터 버티기 위해 받아둔 대출금은 폐업과 동시에 일시 상환 압박으로 돌아온다. 가게 문을 닫고 싶어도 폐업 비용이 없어 껍데기만 남은 채 빚으로 연명하는 소상공인들이 양산되는 배경이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25년 10월 '소상공인 회복 및 재기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경영위기 진단부터 신속한 폐업, 재창업·취업 연계까지 이어지는 폐업 전·후 단계별 지원체계를 가동 중이다. 특히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을 통해 점포철거비 지원 한도를 기존 400만원에서 최대 600만원(3.3㎡당 2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소상공인의 평균 폐업 비용(1286만원)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전격 지원해 주는 규모다.
이번 설문에서 폐업 소상공인들이 이용한 정부 지원제도는 희망리턴패키지(75.5%), 노란우산공제(18.2%), 지역신보 보증(11%) 순이었다. 확대돼야 할 지원제도는 '폐업 비용 지원'(47.3%), '재창업·취업 지원'(38.8%), '상환유예·이자감면'(32.1%) 등을 꼽았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희망리턴패키지를 이용하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의 편차도 있어 보인다"며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정부의 고민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으로 인해 점포철거비 지원단가가 지속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일각에서는 허위 철거를 감행하거나 비용을 부풀려 정부 보조금을 가로채는 '부정수급'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는 실정이다.
문제는 폐업 이후 소상공인들을 안착시킬 대출 상환 지원 제도가 그동안 부실했다는 점에 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반기 폐업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재취업 연계 금융 지원책을 내놓았다. 새 제도에 따르면 취업에 성공한 폐업 소상공인에 대해 정책자금 상환기간을 최대 7년까지 대폭 연장해 준다. 아울러 취업 후 1년 이상 근속할 경우 대출잔액에 대해 0.5%p의 금리 감면 혜택까지 추가로 지원한다. '취업 후 근속'과 연계해 빚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자영업자들이 임계점을 넘어 완전히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최장의 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 대부분은 역대급 채무를 지고 폐업을 결정하고 있다"며 "재창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 희망리턴패키지를 포함한 정부 정책들이 효율성을 발휘하려면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단체들과 협업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