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도와 국민연금 리밸런싱 우려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에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기금이 50조원 넘는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낼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9.9% 급락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 거래일 대비 3.26% 오른 8471.02로 마감했다. 다만 외국인은 4조6000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이어갔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장중 95.45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불안 심리는 온라인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연기금이 리밸런싱을 진행하는 7월이 대폭락의 시작이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엄살은, 곧 매도 폭탄이 온다" "연기금이 이제 익절(이익실현)에 나설 것"이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국민연금 리밸런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자산 비중 조정이 진행되더라도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최근 코스피 급등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웃돌면서 비중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수십조 원 규모의 물량을 한번에 내놓으면 시장 충격으로 운용수익률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센터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50조~60조원 규모 매도 물량이 7월부터 한꺼번에 출회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낮다"며 "일일 매도 규모를 조절하며 상당 기간에 걸쳐 분산 매도할 가능성이 높아 코스피 상승 추세를 훼손할 정도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만약 한국 연기금이 6월 말 리밸런싱을 위해 50조원 이상을 매도해야 했다면 이미 이달 초부터 대규모 매물이 출회됐어야 했다"며 "6월 내내 매도 규모가 제한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월말에 갑작스럽게 매도 폭탄이 쏟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적인 매도 물량은 존재하겠지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분산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한국증시의 가치 훼손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센터장은 "최근 외국인 매도는 적극적인 포지션 축소가 아니라 차익 실현과 글로벌 자산배분에 따른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며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마이크론 실적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실적 전망이 추가로 개선되면 외국인 매도세도 점차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