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찰단 복귀에도 검증 범위 불분명
美, 이란 원유 제재 60일 면제…자금 사용처는 쟁점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 지연…걸프 동맹 설득 나선 美
22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악시오스, 로이터통신, 더힐 등에 따르면 양측은 스위스에서 열린 회담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이란 복귀 문제를 논의했다. 호르무즈 해협 내 연락선 구축과 레바논 전선 충돌 방지 장치 마련도 의제에 올랐다.
핵 사찰·제재 완화 놓고 엇갈린 셈법
미국 측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회담 뒤 “이란이 IAEA 사찰단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끝내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찰단이 어떤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고농축 우라늄 보유 현황과 농축시설을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밴스 부통령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란은 다른 메시지를 냈다. 이란 외무부는 “새로운 약속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응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핵 사찰보다 레바논 전쟁 종식 진전과 대이란 제재 면제에 더 큰 의미를 뒀다. 미국은 ‘핵 투명성 회복’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이란은 ‘경제 제재 완화’를 부각했다.
제재 문제는 양국의 이해가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이란산 원유 생산·판매·수송 관련 제재를 60일간 면제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과 IAEA 사찰단 복귀 허용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란으로서는 원유 제재 면제가 회담 참여의 실질적 보상이다. 미국은 해제 자금이 핵 개발이나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에 쓰이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이를 위해 이란이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이 자금 사용처 제한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제재 완화 속도와 사찰 범위가 맞물리면 대화가 다시 막힐 수 있다.
호르무즈 통항 불안…정상 운항 회복은 시간 걸릴 듯
호르무즈 문제도 핵심 변수다. MOU에는 이란이 60일 동안 상선의 안전한 무료 통행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란군은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반발해 해협 재봉쇄를 거론했다. 미국은 통행이 유지되고 있다고 맞섰다. 더힐은 “양측의 엇갈린 메시지가 해협과 세계 원유 공급 전망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운항 회복도 제한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 자료를 인용해 호르무즈를 지나는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이동이 일부 재개됐다고 전했다. 다만 전쟁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선박이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움직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협이 열려 있더라도 정상 운항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호르무즈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다. 이곳을 지나는 원유와 석유제품 물량은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20%에 달한다. 통행이 다시 흔들리면 국제유가와 해상 보험료, 에너지 물류 비용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호르무즈 문제는 MOU 이행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걸프 동맹 설득 나선 美…트럼프 발언도 변수
미국은 걸프 동맹국 설득에도 나섰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23일부터 25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을 방문한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과의 MOU와 호르무즈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바레인에서는 걸프협력회의(GCC)와도 만나 역내 안정 방안을 협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과의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똑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개방된 해협’과 ‘핵무기를 가질 수 없는 나라’를 두 가지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란을 압박하려는 발언이지만, 반발을 키울 수 있다.
첫 후속 회담은 대화 통로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 그러나 핵 사찰 범위와 고농축 우라늄 처리, 원유 제재 면제와 동결자금 사용, 선박 통행 보장, 레바논 전선 안정 등 핵심 쟁점은 대부분 남아 있다. 양측은 고위급 위원회와 실무그룹을 통해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남은 의제들은 어느 하나 쉽게 정리되기 어렵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과 호르무즈 개방을 핵심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란은 제재 완화와 자금 확보, 해협 통행 및 관련 비용 문제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 한다. 양국은 첫발을 뗐지만 같은 합의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최종 합의까지 충돌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