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납품·가격 경쟁력·기술 이전 강점"…우크라·이란戰 수혜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축소하며 동맹국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한국이 세계 주요 방산 수출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한국 방위산업의 부상이 1969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닉슨 독트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짚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당시 동맹국들이 스스로 안보를 더 책임져야 한다는 기조를 내세웠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주한미군 일부 철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앞세워 방위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한국은 외국 무기의 라이선스 생산과 기술 개량을 통해 독자적인 방산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은 현재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산 수출국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한화그룹,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한국 4대 방산 기업의 올해 합산 매출 전망치는 약 370억 달러(약 56조원)로, 2021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에 대한 무기 공급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공급국으로 올라섰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고 유사시 미국이 기존처럼 동맹 방어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관세 부과와 동맹국을 향한 거친 발언 등도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전 등 대규모 전쟁이 이어지면서 무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 모든 상황이 세계 무기 시장에 근본적인 불확실성을 만들고 있으며, 한국은 이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은 동유럽 국가들에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공급처로 떠올랐다. 폴란드는 K2 전차, 다연장로켓, 자주포 등을 포함해 13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의 최대 방산 고객이 됐다.
최근 이란전을 계기로 한국산 무기의 성능도 주목받고 있다. 폴리티코는 LIG넥스원이 개발한 방공체계 '천궁-II'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미사일과 드론 요격에 높은 성공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산 무기의 가격 경쟁력과 효율성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한국 방위산업의 강점으로 빠른 납품, 가격 경쟁력,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에 대한 개방적 태도, 고객 맞춤형 생산 능력을 꼽았다.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수입국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작다는 점도 장점으로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많은 유럽인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달가워하지 않고,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적대국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스라엘 역시 가자 전쟁으로 평판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방산업계의 경쟁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을 앞세워 자체 방위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도 살상무기 수출 제한을 완화하면서 방산 수출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한국이 2030년까지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항공기와 대형 함정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여전히 기존 강자들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