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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안정세에도 최고가격제 종료는 신중...정부 "상황 더 봐야"

  • 국제유가 80달러선 하락에도 공급망 변수 여전

  • 호르무즈 정상화·원유 수송 지연 변수...7차 동결 가능성↑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 이후에도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정부가 제시한 종료 기준 아래로 내려왔지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중동산 원유의 국내 도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최고가격제 종료 여부와 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종전 협상이 타결됐다고는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 등 일부 주요 사안에 대해 아직까지 미국과 이란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 부처에 양국 합의 이후 변화된 상황에 맞는 국내 대책을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호르무즈의 완전 정상화와 중동산 원유의 국내 도착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한 만큼 수급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최고가격제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고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는 시점에 종료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신중론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국제유가 하락세와 달리 여전히 높은 국내 기름값과 공급망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유가는 종전 협상 타결 이후 빠르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일(현지시간) 각각 배럴당 83.2달러, 80.75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기름값은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2000원대를 유지해 소비자 부담이 크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9.28원, 경유는 2004.36원이다.

산업부는 그동안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이하 안정화 등을 제시해왔다. 국제유가는 이미 80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가격 요건은 충족했지만 정부는 제도 종료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공급망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상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몇주가 소요된다.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과거 비싸게 산 재고를 털어내야 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내렸다고 곧바로 국내 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핵심 조건인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는 해협 내 기뢰 제거에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국내 선박 24척도 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오는 19일 0시부터 적용될 7차 석유 최고가격이 또다시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안정화 정책의 출구전략 논의는 시작되는 분위기다.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 세계 57개국이 가격 상한제나 연료 보조금 등을 시행 중인 가운데 최근 폴란드는 국제유가 안정세를 이유로 연료 가격상한제 종료 방침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최고가격제를 종료하기는 어렵겠지만 국제유가 안정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상한가격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계단식 종료' 방식이 유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