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재평가 가능성을 제기했다. AI발(發) 메모리 수요 급증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 확대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아시아 리서치 공동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2026년 한국 경제 및 주식시장 미디어 브리핑'에서 "올해 메모리 월별 매출액을 보면 수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는 과거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메모리 가격이 수직 상승한 뒤 완만해지면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지만 중요한 것은 밸류에이션"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목표주가 상향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구간은 80~90% 정도 왔다고 본다"며 "이제는 성장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멀티플이 올라가는 국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가 촉발한 메모리 수요 증가에 주목했다. 그는 "AI가 견인하는 메모리 수요는 향후 5년간 1만~2만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투자 둔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 대표는 "한때 오픈AI와 앤트로픽, xAI 등 생성형 AI 기업들의 수익성 문제로 투자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관련 우려는 이미 크게 완화됐다"며 "현재 시장은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는 지난달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8000에서 1만~1만1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기업 이익 증가세가 국내 증시를 이끌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세영 노무라증권 한국리서치 본부장은 "AI 가치사슬이 상승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전력 수요 증가의 수혜를 입는 산업과 함께 방산, 자동차 업종도 증시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최선호 종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로템, 기아, 삼성SDI 등을 제시했다.
박 본부장은 "코스피가 1만1000까지 오르더라도 주가수익비율(PER)은 13.5배 수준"이라며 "대만과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밸류업 공시 기업이 지난해 말 170개에서 현재 730개 수준으로 증가했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도 늘고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역시 한국 증시 재평가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